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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쩌면 너의 이야기

여기는 사파리 본문

어떤 날의 이야기

여기는 사파리

모자장인 2016.08.30 17:29

어렸을 적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라는 프로그램을 참 좋아했다. 온갖 동물, 곤충, 식물의 이야기도 신기하고 손범수씨의 맛깔나는 진행도 좋았다. 프로그램이 시작할 때 나오는 오프닝송과 목도리도마뱀의 이미지는 지금도 생생하다. 방송시간이 되면 리모컨을 붙잡고 소파에 자리잡았던 나는 책 열권보다 이 프로그램의 꾸준한 시청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웠던 것 같다.

신비의 세계에서 배운 것 중 하나는 야생의 하이에나나 곰을 만났을 때 처신하는 법이다. 하이에나는 자신보다 덩치가 큰 동물을 피하는 경향이 있어서 하이에나를 만나면 나뭇가지로 키가 커보이게 하고 팔을 벌려 덩치가 큰 동물인양 행동해야하고, 곰은 뒷모습을 보이면 공격하기 때문에 절대 뒷모습을 보이지 않고 눈을 떼지 않으면서 뒷걸음질로 살살살 도망쳐야 한다. 그때 어떤 패널이 이 영상에 설명을 덧붙였다.

그러니까 얘네한테 얕보이지 않으면 되는거네요.

그렇다. 나보다 덩치가 작고 만만해보이면 하이에나는 공격하고, 자기를 피해가면 곰은 공격한다. 센 사람이 약자를 보호하기 보다는 쉽게 보고 폭력을 일삼는 풍경이 딱히 새롭진 않지만 내가 그 풍경 안에 들어갈 거라는 상상을 하기는 쉽지않다.

우리가 만나는 사람이 하이에나인지, 곰인지 직접 당해보기 전에는 알기 어렵다. 아랫사람이니 만만해서, 그에게 다가가길 부담스러워해서 언어폭력을 당하고 난 이후에야 그들은 시방 위험한 짐승이라는 것을 깨닫는다. 그리고 내가 깨달았을 때쯤엔 이미 난 그들에게 먹이감으로 인식이 되어있다. 맛없어도 가지고 놀던가 맛있으면 꼭꼭 씹어 먹던가.



그런데 어떻게 하면 얕보이지 않을 수 있는지, 아직도 잘 모르겠다. 덩치가 커보이도록 힐신고 팔을 벌리고 다니면 될까?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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